해님과 바람의 내기
(참여자 3~4명, 바람, 해님, 나그네, 사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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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의 힘을 자랑하는 바람과 지혜로운 해님이 살고 있었어요
"에헴, 이세상에서 나보다 더 힘센 것은 없을거야"
바람이 어깨를 으쓱이며 뽐냈어요.
"힘만세면 뭘 해? 지혜가 있어야지"
하늘 높이 떠 있던 해님이 나무라자 바람은 더 큰소리로 말했어요
"그까짓 지혜로 뭘 한다고? 나는 입김 한번으로 나무도 넘어 뜨리고 바다위의 커다란 배도 엎어 버릴 수 있어"
바람과 해님은 늘 이렇게 마주 치기만 하면 아웅다웅 말 다툼을 하곤 했어요
" 좋아 이렇게 말다툼만 할 게 아니라, 누가 더 힘이 센지 내기 하는 게 어때?"
바람이 해님에게 제안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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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도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피던 바람이 두꺼운 외투를 입고 걸어오는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어요
"저 사람의 외투를 벗기면 이기는 것으로 하자"
바람은 나그네를 향해서 있는 힘을 다해 '푸우우' 하고 입김을 불었어요
그러자 나그네는 옷이 날아 갈까봐 옷깃을 더욱 꼭 여미는 것이였어요
바람이 더욱 더 힘껏 입김을 불자 나뭇가지가 모두 꺽어지고 말았어요
"이래도 안벗을 테냐?"
약이 바짝 오른 바람은 더욱 더 힘차게 입김을 불었지요
"아이, 추워라, 왠 바람이 이렇게 불어온담?"
나그네는 추위에 몸을 웅크리며 벗겨지려는 옷을 더욱 단단히 잡았어요
힘들고 지친 바람은 그만 손을 들고 말았어요
"나는 더이상 못하겠어, 이번에는 해님 네 차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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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은 빙그레 웃더니 따사로운 햇살을 모아 비추었어요
그러자 날씨가 갑자기 더워졌어요
"오늘 날씨는 참 이상한 걸. 금새 이렇게 더워지다니...."
나그네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잡았던 외투 자락을 놓았어요
해님은 더욱 뜨거운 열을 모아 힘껏 내리 쬐었어요
"아이, 더워라. 더 이상 못 참겠군"
마침내 나그네는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물속으로 풍덩 뛰어 들어가 버렸어요
해님이 싱긋 웃으며 돌아보자 바람은 얼굴을 들지 못했어요
바람은 자신의 힘만 믿고 뽐낸 것이 너무나 부끄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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